학급에서 형식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강조하는 교사를 A 유형의 교사라 한다면, 그는 학생들을 아주 근접하게 다룬다. 그들은 말하기를 '학생은 배우러 왔다'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 유형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형식화된 지식을 획득하였다고 볼 때 자부심을 느낀다. 이와 같은 역할 지향성을 가진 교사는 일류대학에 자기 학급의 아이들이 몇 명 합격하느냐가 최대 관심사이다. 그들은 수업하는 데 있어 정확한 시간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습 외에 쓰이는 시간은 낭비라고 여긴다. 그는 주어진 과제를 습관적으로 하지 않거나 지각을 하는 학생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긴다. 여러 학생은 이처럼 학급에서 형식화된 지식을 강조하는 교사를 '고집쟁이 선생'이라고 한다. 이러한 교사들은 가르치는 질적 면에서 볼 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엉터리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B 유형에 속하는 교사는 교사의 역할이 사회화의 중재자라는 데에 강조점을 둔다. 이들 교사는 형식화된 지식이란 특별히 쓸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교사가 유념하여야 할 일은 학생들의 삶에 대한 적응 과정을 돕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가 영어라든지 국어라든지 또는 수학·역사·체육 등 그가 담당하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초점을 두는 바는 학생의 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그는 가끔 책상 위에 올라앉기도 하고, 정규적인 과제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수업에서 자기가 겪었던 군대 생활이라든지 그가 당했던 인생의 문제를 가지고 많은 시간을 쓴다. 역사적인 사건과 현실적인 문제도 자주 거론한다. 그렇다고 그는 여기서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는 이름이라든지 날짜·사건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이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사회화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는 때론 교과서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만, 그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자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적 태도에 관점을 두는 데 있다. 그는 책 읽기 등은 거의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회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때나 어디에서나 학생을 만난다.
이런 B 유형의 교사들은 타교 사가 흔히 싫어하는 과외활동을 즐긴다. 그가 믿는 바로는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조언하거나 충고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유형의 교사는 교육과정에의 적응력이 더딘 학생들을 위하여 그가 맡은 과목의 진도를 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B 유형의 교사를 성격 면 테에 볼 때는 아주 총명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이다.
C 유형의 교사는 그의 임무를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꺼번에 두 가지 상이한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들은 개인적이며 가끔 반체제적이다. 또한 높은 예술성을 지닌다. 만일 그가 영어 교사라면 정확한 철자법이나 구두점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자문을 시킬 때도 표상이나 사상 또는 독창적인 사고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 강조점을 둔다. 시를 가르치는 데는 창작하는 데 시각적인 요인을 강조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벼 이삭을 보게 한다든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게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도 그는 학생들을 체육관으로 데려가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기 전에 몸을 풀기 위한 준비운동을 구경시키기도 한다. 이래서 그는 육체적인 모양과 시와의 관련성에 대한 실증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급에서 수행하는 역할 가운데 또 다른 역할지향이 있는데, 이는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그래서 학생의 평가야말로 학급을 운영하는 데 우선적인 임무라고 여긴다. 이러한 유형의 교사를 D 유형의 교사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타당성 있는 평가자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여러 가지 평가자료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평가일람표 또는 도표 등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이는 해당 학기의 것만 아니라 수년 전의 것도 모두 구비·비치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 학급의 학생이 10년 전에 명문대에서 최고 득점을 하였다는 것을 내내 자랑거리로 삼는다. 또한 그들은 지난 시간에 사용했던 시험의 문항 분석을 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D 유형의 교사는 성적의 점수와 평균 점수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그 학급에 있는 학생들은 85점과 86점의 차를 매우 예민하게 감독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논의된 A·B·C·D의 유형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가? 이를 한마디로 단정 내릴 수는 없다. 한국의 교육 경향으로 보아 A 유형의 교사가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는 B 유형의 교사들이다.
A와 B 유형은 비교적 안전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안전하다. 학부모와 교육행정가는 이들 A·B도 행동 유형을 교사의 표본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A·B 유형이 가지는 역할 지향성을 가장 합당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C·D 유형은 이들로부터 차가운 대우를 받게 된다. 그러나 체제를 바꾸어보려는 뜻을 가진 실험학교 같은 데에서는 C 유형의 교사가 뜻밖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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