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발달에 관한 이론은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프로이트(S. Freud)의 관점을 이어받은 에릭슨(E. H. Enikson)의 발달 이론을 단계별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인성 발달 이론이 지나치게 초기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과 무의식에 내재한 성적 욕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적 욕구인 랍비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시기에 따라 인성 발달을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의 5단계로 나누었으며, 사춘기 이전의 아동기에 성격의 기초가 마련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에릭슨은 인간은 출생과 거의 동시에 사회적 존재가 되며, 그 후 만나는 사람들과 겪어야 하는 일들에 따라서 그의 사람 됨됨이가 변해 간다고 한다.
에릭슨은 선천적 소질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서 개성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람마다 거쳐야만 하는 공통된 단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 단계마다 수행하여야 할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것이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좋은 인품의 소유자로 성장하고 잘 안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계마다 정·반 두 가지의 요소를 지적하고 있다.
에릭슨에 의하면, 인성 발달은 유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8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발달단계는 한 개인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특유의 연속이라 할 수 있으며, 각 발달단계는 한 개인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특유의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성 발달이란 일종의 전환기 연속이라 할 수 있는데, 각 단계에서 개인이 맞이하게 되는 위기를 잘 극복할 때는 긍정적인 특질을 발달시킬 수 있지만, 위기 극복에 실패할 경우 부정적 특질이 나타나게 되어 성공적인 성격 발달이 어렵게 된다. 한편으로 개인의 인성이 자아가 서로 관련된 일련의 단계들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특정 단계의 위기 극복 실패는 뒤따르는 단계의 위기 극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잠재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도 능력이 있고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특히 청년기 동안에 맞이하게 되는 역할 혼미를 통해 개인의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는 것이 성격 형성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단계: 신뢰감 대 불신감(0 - 1세)>
이 시기의 유가가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는 주로 돌보아 주는 사람인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유아가 처음으로 맺게 되는 사회관계에서 어머니가 유아의 신체적·심리적 욕구와 필요를 적절히 충족시켜 주면서 일관성 있게 돌보아 주면 유아는 어머니 또는 돌보아 주는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아기의 요구와 필요에 잘 응해 주지 못하거나, 아기를 다루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게 되면 아기는 불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신뢰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 생의 후기에 맺게 되는 모든 사회관계에서의 성공적인 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에릭슨이 신뢰감만을 강조하고 불신감의 효용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인간의 참된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신감의 경험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격 발달을 위해서는 불신감보다는 기본적으로 신뢰감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2단계: 자율성 대 수치심과 회의감(1 - 3세)>
에릭슨에 의하면, 이 시기의 유아는 여러 개의 상반되는 충동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곧 자율성을 가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의 유아는 근육 발달로 인하여 대소변의 통제가 가능하게 되며, 자기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부터 주위를 혼자서 열심히 탐색하게 되고, 음식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먹으려고 한다.
이처럼 유아가 자신을 의지대로 행동하려고 하게 되면, 사회는 부모를 통하여 유아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적 기대에 적합한 행동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수치심과 회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치심이란 자신이 타인들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갖는 느낌이다. 회의감은 자신이 강한 존재가 아니며 결국은 타인들에 의해서 자기가 통제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3단계: 주도성 대 죄책감(3 - 6세)>
이 시기의 어린이는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워 거기에서 성공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린이의 행동은 모교 지향적으로 되고 경쟁적으로 되는데, 이때 어린이의 행동에는 상상적인 측면도 포함된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자신의 큰 계획과 희망들이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자신의 계획이나 희망이 사회의 금기를 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 그러한 충동이나 환상을 억제하게 된다고 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유아의 특징적인 행동으로는 현실 도전의 경험을 위한 시도로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또는 양친을 모방해 보려는 상상에서 나온 소꿉놀이 등을 들 수 있다.
<4단계: 성취감 대 열등감(6 - 11세)>
에릭슨이 이 단계를 자아 성장의 결정적인 시기라고 보았다. 이 시인의 어린이는 기초적인 인지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서부터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더 넓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유용한 기술들을 열심히 배우고자 하며 이를 숙달하고자 한다.
또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같이 놀고 일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만일 이 시기에 순조롭게 성취감이 발달하지 못하고 실수나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어린이는 열등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열등감은 전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나, 혹은 학교나 사회가 어린이에 대해 편견적 태도를 취할 때 발달하기 쉽다.
<5단계: 동일감 대 역할혼돈(12 - 19)>
이 시기에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청소년은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전 단계까지는 회의 없이 받아들였던 자기 존재에 대해 새로운 의문과 탐색이 시작된다.
여기서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중심 과제를 자아 동일 감의 확립이라고 주장했다. 자아 동일 감이란 자기동일성에 대한 지각인 동시에 자기의 위치·능력·역할 및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청년들은 자기 자신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해답은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한다. 에릭슨은 이러한 고민과 방황이 길어질 때 역할혼돈이 온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아 동일 감은 쉽게 획득하기 어려우므로, 청소년들은 동료집단에서 동일시 대상을 찾거나 존경하는 위인이나 영웅에게서 동일시 대상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클럽에 가입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보기도 한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기본 신뢰감이 형성되는 시기인 제1단계에 못지않을 만큼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긍정적인 자아 동일 감을 확립하면 이후의 단계에서 부딪히는 심리적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음 단계에서도 방황이 계속되고 때로는 부정적인 동일 감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단계: 친밀감 대 고립감(20 - 25세)>
청소년기에는 주로 관심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었으나, 청년기에 이르게 되면 직업을 선택해야 하고 배우자를 찾아야 하므로 이 시기를 청년들은 배우자인 상대방을 통해서 공유적 동일 감을 찾으려고 한다. 이 시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성을 이룩하는 일이 주요 과업으로 왼다. 에릭슨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긍정적인 동일 감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은 이 시기에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고립하여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7단계: 생산성 대 자기침체(성인기)>
이 시기는 일단 배우자를 선택하여 두 사람 간의 친밀성이 확립되고 나면, 그들의 관심은 두 사람만의 관계를 넘어서 그 밖의 사람들에게로 확대되기 위해 시작한다. 가정적으로는 자녀를 낳아 키우고 교육하게 되며,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또 직업적인 성취나 학문적 성취, 예술적 업적을 통해서도 생산성이 발휘된다. 자신의 2세가 없는 경우에는 다음 세대들을 위한 사회봉사 등을 통해서도 생산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만일 어떠한 이유로 해서 생산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거나 안 하게 되면 자기 침체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타인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욕구에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며 남에 대한 관대함이 결여된다.
<8단계: 통합성 대 절망감(노년기)>
신체적인 노쇠와 직업으로부터의 은퇴, 친한 친구나 배우자의 죽음 등으로 인하여 인생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다. 이 시기의 성패는 신체적·사회적 퇴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고 에릭슨은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노년기에 들어서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생애가 가치 없는 삶이었다고 느끼게 되면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자신은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게 되면, 인생에 대한 참다운 지혜를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지혜를 통하여 앞의 7단계 동안 이룬 소산들을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되며 드디어는 보다 더 차원이 높은 인생철학으로 통합을 이루어 나가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릭슨은 정신분석 이론을 좀 더 확대해 사회적 요인들이 여러 단계를 통하여 인간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러나 에릭슨의 이론에는 애매모호한 개념들이 많고 단계 설정에서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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