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공화국」 에서의 일이다.
동물 공화국의 동물들이 모여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동물권'이었다. 인간에는 인권이 있는데, 어째서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대체적인 의견의 합치는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 무지를 벗어나 인권을 갖게 된 것이고, 동물에게는 여태까지 인간이 원하는 훈련밖에 없었기 때문에 동물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똑똑한 동물들로 연구소 위원회가 구성되고, 인간이 해오고 있는 교육체제 전반에 걸쳐서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 결과, 교육의 체제는 학교라는 제도이고, 주된 내용은 3R' s(쓰기, 방법은 이론과 실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동물학교를 세워, 교육 내용을 3기(技)(달리기, 날기, 헤엄치기)로 정하고 각기 전문가를 교사로 하여 이론과 실습을 하도록 하였다.
일정 기간의 학습 기간을 거쳐 드디어 졸업식 날이 왔다. 인간의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적 발표와 우등생에 대한 시상식을 열게 되었다. 저마다 기대를 가지고 성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가 전부들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의외로 아무도 예측지 못했던 오리가 1등이라고 호명되었기 때문이다. 설마 저 기우뚱거리고 걸어 나가는 오리가 날기, 헤엄치지,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다고는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날기에서는 독수리가, 달리기에서는 표범이, 헤엄치기에서는 잉어가, 저마다 자기가 1등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표범이 달리기에서는 100점이지만, 날기, 헤엄치기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독수리나 잉어도 마찬가지였다. 오리는 어떤 기능도 100점을 못 받았지만, 날기에서는 40점, 기우뚱거리는 달리기는 그래도 50점, 헤엄치기는 60점을 받은 합산의 결과였다.
이 우화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학교의 성적은 모두 과목을 잘해야 높게 나온다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서울대 가는 준 비장이 아닙니다. 과학영재를, 미래의 과학자를 키우는 학교입니다. 분야와 관계없이 일류대만 목표로 하는 사람은 다른 학교로 가십시오. 그런 학생은 안 받겠습니다."
이 말은 서울 과학고 교장이 최근 예비 과학고생 부모에게 선언한 말이다. 그 교장이 이런 선언을 하게 된 것은 1999학년도 2학년생이 177명 중 73명(41%)이 자퇴하는 등 중도 탈락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퇴생은 대부분 내신성적 대문에 눈물을 머금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였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현재 외국어고등학교 18개교, 과학고등학교 15개교, 예술고등학교 21개교, 체육고등학교 12개교, 과학고등학교 15개교, 예술고등학교 21개교, 체육고등학교 12개교 등 분야별 영재교육을 목표로 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고나 외국어고의 경우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교내 석차가 떨어지는 경우라도 일반고등학교로 치면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이런 점이 그동안 대학입시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아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재가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수 분야의 영재들을 모아 영재교육을 실시해서 모두 과목을 잘해야 10등을 하는 현재 학교 교육의 폐단을 막아보고, 앞으로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특수목적고의 설립 목표는 이렇게 해서 퇴색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세칭 일류 선호의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특수 영재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특수목적고들의 입학 경쟁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 이 현상은 새 입시제도에 의해서 석차보다 학업 성취도를 반영하는 상위권 대학이 늘고 있는 데에다, 학생들의 특기·적성이 대학입시의 주요 선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우수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가 비교적 좋은 특수목적고를 찾고 있다는 점도 자퇴율이 낮아지고 입학경쟁률이 다시 높아지는 이유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회심리적인 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 가지만 잘해도 계속된 사회의 인정이 뒤따르고 어느 대학 출신이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올 때, 한국의 영재교육은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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