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시대에서 리얼리즘시대까지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 von Rotterdam, 1469-1536)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 von Rotterdam, 1469-1536)는 중세 말기와 근대 초 유럽 전반에 걸쳐 널리 퍼졌던 문화운동이면서 교육 운동인 "인문주의"(Humanism)를 꽃피우고 완성한 인문주의자이다. 가톨릭 사제로서 그는 인문주의와 기독교 사상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추구하였다. 교육에 관한 여러 저술을 통해 그는 인문주의자시대 대표적 교육사상가로 불린다.
인간이해
에라스뮈스는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이해함으로써 신과의 관련성 속에서만 인간의 존재 가치를 찾는 중세적 이해를 거부한다. 인간의 삶이란 그에게 있어서 신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며 자연적인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요 선한 것이다. 그것은 중세 시대에 이해된 것과 같이 악의 세계, 저주의 세계, 사탄의 세계, 극복되어야 할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다. 자연성은 창조 시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배아"와 같은 것이다. 이 배아로 인해 인간은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갖게 되고, 완전과 완성을 향해 자신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에라스뮈스는 인간을 그에게 주어진 자연성으로부터 이해하려 하였으며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되게 하고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이성이라고 보았다. 이성은 인간을 궁극적으로 인간이 되게 하는 지적이고 영적이며 실용적인 힘이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선과 악을 판단하는 기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성은 인간 안의 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선의 통로로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이성은 실천과도 연결되는데 단순히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에 대한 경향성 및 악을 저지르려 하는 마음들과 적극적으로 대결하고 이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필요성
에라스뮈스는 인간을 "이성"의 동물로 이해했다. 그러나 에라스뮈스는 이성이 인간에게 처음부터 어떤 완성된 모습으로 주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인간은 내부적으로 "이성을 씨앗처럼 품고 있다"라고 보았다. 인간 안에 이성은 "씨앗"처럼 주어져서,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완성을 향하여 성숙하고 개발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에라스뮈스는 교육 없이 이성은 이성의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인간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인간으로 교육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즉 인간에게는 교육과 도야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가능성
에라스뮈스가 교육에 대하여 부여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단지 인간의 선한 바탕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어린이를 왁스, 새 잔, 양털, 휘기 쉬운 어린나무, 빈 밭, 가공되지 않은 재료, 좋은 밭 등과 같이 무엇으로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가소송(可塑性)을 가진 존재로 이해하였다. 그는 인간 초기의 경험에 의해 어린이는 "짐승"과 같은 존재로도 그리고 "신적인" 존재로도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어린이의 초기경험의 이 "각인하는 힘"과 어린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소성이 그로 하여금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의 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교육의 목적
에라스뮈스 사상의 핵심은 기독교와 인문주의를 통합하는 것이다. 인문주의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회복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개인의 자유와 이성을 중요시하였다면, 기독교는 경건한 삶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독교와 인문주의는 그러나 에라스뮈스에게서는 모순과 대립의 관계에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그는 복음이란 하나님의 최고 계시인 동시에 인문주의 휴머니즘 사상의 극치(꽃)라고 보았다. 자유의 이념 역시 인문주의자들에게는 인간 삶의 최고 원칙인 동시에 기독교적 인간 이해의 기초라고 보았다. 즉 기독교인은 근본적으로 자유인이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이로부터 그는 교육의 근본적인 과제를 인간성과 종교성(경건성)의 통합에서 찾고 있다. 이를 그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는 개인의 인간성을 함양하고 자유인으로 도야하는 인간 교육이다. 이를 위하여 기독교적인 생활과 세속적인 생활에서 개인의 주체성이 강조되고 있다. 다음으로, 인간교육과 더불어 언어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교회 적 전통이나 교리적 독단에서 벗어나 성서의 본디 의미를 충실히 이해하고, 이성적이고 지혜롭고 경건한 삶을 위해서는 언어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교육방법
교육 방법에 대한 에라스뮈스의 새로운 이해는 그이 어린이 이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자유인"으로 보았다. 어린이는 교육자의 손에 붙여진 노예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는 고상한 영혼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지나친 억압이나 채벌만으로 교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 자인 어린이를 노예 대하듯 체벌하지 말고 부드러움으로 대해야 하고, 존중과 칭찬으로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해 에라스뮈스는 "자연"을 교육 방법의 핵심 원리로 수용하고 있다. 즉 자연의 원리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의 존재와 성장에서 확인되는 자연적 특성들이 어린이의 자연성 또는 자연적 소질을 계발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그는 어린이의 이해 능력에 맞는 교육이 행해져야 하고, 무리하게 과한 어려운 교육을 시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이 경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어린이가 학습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애정을 가질 뿐 아니라, 교사의 지도를 거역하는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별히 어린이의 "놀이"가 어린이 삶의 중요한 특성임을 강조하며, 학습도 놀이와 흥미가 동반될 때 교육이 효과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사적 의의
인문주의 시대 대표적 사상가 에라스뮈스는 근세 이후 교육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에라스뮈스 교육사상의 핵심 개념인 인간의 자유와 이성은 근세 이후 교육의 기본개념으로 수용됐다. 인간교육과 언어교육을 교육의 두 축으로 삼은 점은 19세기 신인본주의자들에 의해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긍정적으로 수용됐다. 그리고 자연의 원리에 따르는 교육 방법은 코메니우스, 루소, 페스탈로치, 프뢰벨 등 자연주의 교육사상가들에 의해 발전적으로 계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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