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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고려시대의 교육
국학 설립과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의문은 왜 통일 이전에는 학교가 없다가 통일 후에 이것이 등장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통일 전 신라는 고구려·백제와 각축을 벌여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청소년 전사 집단이 요구되었다. 특히 신라인들의 불국토사상은 화랑도의 존재 의의를 더욱 절감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화랑도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현실적 이유이자 명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이나 명분은 국가적 상황이 바뀌게 되면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삼국의 각축이라는 위기 상황이 해소되자 이제 화랑도의 존재의의는 반감되리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강토를 지닌 통일국가로서 그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은 새로운 성격의 교육기관의 설립이 요구되었다. 이것은 곧 통일신라의 교육이 유교식 학교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당시 동아시아 교육의 보편성으로 편입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통일신라의 학교 제도는 바로 이와 같은 배경에서 성립되었다.
이처럼 통일신라가 중앙과 지방에 학교를 설립하려 한 것은 방대해진 국가경영을 위한 관리양성이라는 현실적인 목적 때문으로도 볼 수 있겠고, 한편으로는 국가에는 반드시 중앙과 지방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유교 교육의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후자 적 측면은 우리나라가 중국교육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편 신라는 당에 유학생을 파견하였는데, 많을 때는 그 수가 100명에 이를 만큼 성행하였다. 유학생의 출신성분은 왕족 자제(진골 귀족)부터 6두품 자재까지의 상층집단이었다. 이들은 학업이 끝나게 되면 간혹 당의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을 하는 자도 있었으나 대개는 귀국하여 관직에 종사하였다. 이처럼 당 유학은 상층집단의 자제에 국한되었던 반면에, 국학교육은 주로 5두품 자제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처럼 통일신라는 교육 기회가 출신 신분에 따라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당시 사회의 골품제와 특성상 당 유학생 출신이 높은 관직을 차지하게 되었을 것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열등했을 국학의 위상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독서 삼품 출신 법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법이 국학과 어떤 연관이 있었느냐 하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삼품 출신 법은 무엇보다도 국학의 질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다시 말해서 이 법은 국 학생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국학교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국학에 독서 삼품 출신 법이라는 유인 체계가 없었다면 국학이 과연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처럼 독서 삼품 출신 법은 국학의 존립 기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학에서의 독서 삼품 출신 법 시행은 당시의 관리 선발 기준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원성왕 원년(789)에 자옥(子玉)이란 사람을 지방 관리에 임명하는 것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은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자옥이 독서 삼품 출신 범 예배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그가 당에 유학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왕으로부터 관리가 되는 것을 겨우 허락받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것은 당시의 뿌리 깊은 골품제 사회에서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대두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 지옥의 사례는 곧 당 유학보다는 국학 졸업이 더욱 중시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것은 국학 졸업 자체가 독서 삼품 출신 법이라는 능력검증 과정을 거쳤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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